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왜 144년째 짓고 있을까|가우디가 남긴 설계와 공사의 비밀|명건축 3

144년째 공사가 이어지고 있는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여러 세대가 이어 짓고 있는 가우디의 미완성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144년째 공사 중인 이유는 단순히 건물이 크거나 당시 건축기술이 부족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부금으로 공사를 이어온 운영 방식, 가우디가 도중에 크게 확장한 설계, 그의 죽음과 스페인 내전으로 인한 자료 소실이 함께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오래 걸린 시간은 이 건축물을 낡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우디가 모형으로 남긴 복잡한 곡면과 나무처럼 갈라지는 기둥을 오늘날의 디지털 설계와 새로운 석재 조립 기술로 완성하는 과정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2026년 가장 높은 중앙탑이 완성된 지금,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정말 완공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먼저 확인할 핵심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882년 착공했지만 처음부터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은 아닙니다. 1883년 가우디가 설계를 맡으면서 작은 네오고딕 성당은 18개의 탑과 세 개의 거대한 파사드를 갖춘 건축물로 확대됐습니다.

2026년 예수 그리스도 탑이 완성되면서 성당의 가장 높은 부분은 세워졌지만, 영광의 파사드와 성모승천 경당 등 전체 공사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1.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왜 144년째 짓고 있을까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초석은 1882년 3월 19일 놓였습니다. 첫 설계자는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델 비야르였으며, 뾰족한 아치와 부벽을 사용한 네오고딕 성당을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재료비와 설계 방향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비야르가 물러났고, 1883년 당시 31세였던 안토니 가우디가 공사를 이어받았습니다.

가우디는 기존 계획을 조금 수정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18개의 탑과 탄생·수난·영광을 상징하는 세 개의 파사드, 거대한 내부 숲을 갖춘 성당으로 계획을 확대했습니다. 공사의 범위와 난도가 처음보다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공사비를 조달하는 방식도 일반적인 국가사업이나 상업 개발과 달랐습니다. 이 성당은 속죄 성전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정부 예산이 아니라 개인의 기부와 후원 등 민간 재원에 의존해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자금이 충분히 모이면 공사를 진행하고 부족하면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사그라다 파밀리아 재단이 건축과 보존 사업을 맡고 있으며, 공사비는 민간 재원으로 충당되고 있습니다.

1926년 가우디가 사망했을 때 그가 직접 확인한 완성 탑은 탄생의 파사드에 있는 성 바르나바 탑 하나뿐이었습니다.

1936년 스페인 내전 중에는 가우디의 작업실이 파괴되면서 도면과 사진이 불타고 석고 모형도 부서졌습니다. 이후 제자들과 후대 건축가들은 남은 모형 조각과 사진, 출판된 도면을 다시 맞추며 설계를 복원해야 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에는 공사가 다시 중단됐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144년은 한 건축가가 지나치게 천천히 지은 시간이 아니라, 여러 세대가 기부와 설계 복원 작업을 이어온 시간에 가깝습니다.

석재와 목재 비계를 이용해 건설 중인 초기 사그라다 파밀리아
기부금과 수작업에 의존해 진행된 초기 공사

2. 가우디는 왜 도면보다 모형을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내부에 들어가면 성당이라기보다 거대한 숲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기둥은 위로 올라갈수록 여러 갈래로 나뉘고, 각각의 가지가 천장과 탑에서 전달되는 하중을 분산합니다.

가우디는 자연의 모습을 단순한 장식으로 붙인 것이 아니라, 자연이 힘을 전달하는 원리를 구조에 적용했습니다. 나무가 줄기와 가지를 통해 무게를 지면으로 보내듯 기둥을 기울이고 분기시켜 하중이 기초로 흐르도록 계획했습니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는 평면도와 단면도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가우디는 중력에 따라 만들어지는 곡선을 연구하고, 석고 모형을 반복해서 수정하면서 기둥과 천장에 전달되는 힘의 흐름을 확인했습니다.

쌍곡면과 포물면처럼 복잡한 곡면도 모형을 통해 실제 공간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모형은 완성된 건물의 축소판이면서 동시에 구조를 검토하고 설계를 수정하는 도구였습니다.

문제는 후대 건축가들이 스페인 내전 때 부서진 모형 조각만으로 이 기하학을 다시 해석해야 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에는 3차원 스캔과 디지털 모델링을 사용해 남아 있는 모형 조각을 분석합니다. 석재 부재를 현장 밖에서 정밀하게 제작한 뒤 높은 탑에서 조립하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가우디의 설계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

가우디는 완성된 도면만 남긴 것이 아니라 축척 모형과 기하학적 원리를 함께 남겼습니다. 후대 건축가들은 형태를 그대로 복사하기보다 그가 사용한 구조 원리와 공간의 방향을 분석해 공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탑에도 석재와 강재를 결합해 힘을 전달하는 조립 방식이 적용됐습니다. 가우디가 손으로 만든 모형 속 기하학이 디지털 기술과 공장 제작을 만나면서 공사 속도와 정밀도가 높아진 것입니다.

3. 2026년 중앙탑이 완성됐는데 왜 공사는 계속될까

2026년 2월 20일 예수 그리스도 탑의 십자가 마지막 부분이 설치됐습니다. 탑의 최종 높이는 172.5m이며,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여섯 중앙탑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가우디 사망 100주년인 2026년 6월 10일에는 교황 레오 14세가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예수 그리스도 탑을 축복했습니다. 축복식 이후에는 탑 정상의 십자가가 처음으로 점등됐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전체의 완공이 아니라 가장 높은 중앙탑의 외부가 완성됐다는 의미입니다.

성당의 주 출입구가 될 영광의 파사드와 성모승천 경당, 회랑과 조각 등은 계속 공사 중입니다. 영광의 파사드와 주변 도로를 연결하는 진입 공간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도시계획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2026년 현재 공사 상태
  • 예수 그리스도 탑 외부 완성
  • 성당 최고 높이 172.5m 도달
  • 영광의 파사드 공사 진행
  • 성모승천 경당·회랑·조각 공사 진행
영광의 파사드 문에는 왜 한글이 새겨졌을까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영광의 파사드에는 이미 호세프 마리아 수비라치가 제작한 청동문이 설치돼 있습니다. 중앙문은 높이 4.7m, 폭 5m 규모이며 성찬의 의미를 나타냅니다.

문 중앙에는 주님의 기도 전체가 카탈루냐어로 새겨져 있습니다. 그 주변에는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에 해당하는 구절이 한글을 포함한 50개 언어로 표현돼 있습니다.

따라서 한글로 주님의 기도 전체가 새겨진 것은 아닙니다.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한 구절이 세계 여러 언어 가운데 한글로도 들어간 것입니다. 이는 바르셀로나에서 시작된 성당이 세계 여러 나라와 언어를 품는 공간으로 확장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축적 장치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영광의 파사드 청동문에 새겨진 한글 기도문 구절
한글 구절이 포함된 영광의 파사드 중앙 청동문

사그라다 파밀리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고 아는 경우도 많지만, 정확히는 가우디가 직접 작업한 탄생의 파사드와 지하 경당이 세계유산에 포함돼 있습니다.

이후 세대가 만든 부분은 가우디가 남긴 자료와 구조 원리를 바탕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어디까지를 그의 진짜 설계로 볼 것인가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명건축으로 남는 이유는 완성된 모습에만 있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설계를 다음 세대가 해석하고, 새로운 기술로 다시 만들면서도 원래 공간의 정신을 지키려는 과정 자체가 이 건축물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2026년에 완공됐나요?

아닙니다. 2026년에는 가장 높은 예수 그리스도 탑의 외부가 완성됐지만, 영광의 파사드와 성모승천 경당·회랑 등 전체 공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Q2. 가우디가 처음부터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설계했나요?

아닙니다. 1882년에는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델 비야르의 네오고딕 설계로 시작됐고, 가우디가 1883년부터 공사를 맡아 현재와 같은 거대한 계획으로 변경했습니다.

Q3. 한글로 주님의 기도 전체가 새겨져 있나요?

아닙니다. 주님의 기도 전체는 카탈루냐어로 새겨져 있으며,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에 해당하는 구절이 한글을 포함한 50개 언어로 표현돼 있습니다.

■ 한 줄 정리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144년은 늦어진 공사의 기록이 아니라, 가우디의 미완성 설계를 여러 세대가 복원하고 새로운 기술로 이어온 건축의 역사입니다.

■ 공식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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