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지상 주거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습기와 배수를 해결하며 달라진 바닥의 역사|이야기 건축사 8편

초기 지상 주거 구조

사람이 집을 짓기 시작한 뒤에도 주거 방식은 한 방향으로만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땅을 파고 지붕을 덮은 움집이 오랫동안 사용됐고, 다른 환경에서는 지면 위에 구조를 만들거나 바닥을 지면에서 띄운 건물도 나타났습니다.

중요한 것은 움집이 낡아서 지상식 주거로 바뀌었다는 단순한 진화가 아니라, 사람이 땅과 물, 습기와 생활방식에 맞춰 바닥의 위치를 여러 방식으로 해결해 왔다는 점입니다.

1. 땅을 파는 집에도 장점과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면을 파서 만든 움집 내부와 바닥 상태
움집은 지면을 생활공간의 일부로 이용했기 때문에 대지 조건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움집은 땅을 파내 그 자체를 벽과 바닥의 일부로 이용하는 주거였습니다.

많은 벽체를 따로 만들지 않아도 내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고, 지면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외부 기온 변화의 영향을 줄이는 데 일부 도움이 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면과 가까운 만큼 땅의 상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물이 잘 빠지지 않는 곳이라면 바닥으로 물이 들어오거나 습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었고, 지면에서 올라오는 냉기 역시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움집을 “습해서 실패한 집”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한반도에서는 움집이 신석기시대 이후에도 오랫동안 사용됐습니다. 그만큼 당시의 재료와 생활조건에서 충분한 장점을 가진 주거방식이었다는 뜻입니다.

2. 집터의 높이와 물길은 왜 중요했을까?

하천과 지형을 고려해 자리 잡은 초기 취락 재현 모습
집터의 선택에는 물과 자원, 이동, 지형 등 여러 생활조건이 함께 작용했습니다.

집의 바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보다 먼저 어디에 집을 놓을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사람은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에서 살아야 했지만, 물이 너무 가까우면 범람이나 습기 같은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선사시대 취락의 위치를 살펴보면 물과 식량자원, 이동하기 쉬운 지형, 집을 만들 수 있는 대지 등이 함께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이를 “신석기 사람들이 배수계획을 세우고 고지대를 골랐다”고 현대의 토목설계처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물이 고이는 땅과 그렇지 않은 땅, 생활하기 쉬운 장소와 어려운 장소의 차이를 경험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경험은 집의 형태뿐 아니라 취락의 위치를 선택하는 데도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3. 지상식과 고상식은 무엇이 다른가

지면에 가까운 건물과 기둥 위에 바닥을 높인 고상식 건물의 차이
고상식 건물은 기둥 위에 생활 또는 저장공간을 올려 지면과 바닥을 분리합니다.

'지상식'과 '고상식'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건축적으로는 구분해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지상식 건물은 움집처럼 바닥을 깊게 파지 않고 지면 위를 중심으로 공간을 만드는 넓은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고상식 건물은 기둥 등의 구조 위에 바닥을 올려 지면과 사용공간 사이에 분명한 높이차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지역과 건물의 용도에 따라 습기와 동물의 접근을 줄이거나, 저장물을 지면으로부터 떨어뜨리는 데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움집보다 무조건 발전된 단계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수혈식과 지상식, 고상식은 각각 다른 환경과 용도에 대응하는 건축방식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4. 바닥을 띄우면 무엇이 달라질까?

기둥과 가로재 위에 바닥을 올린 고상식 건축 구조
바닥을 높이려면 바닥의 무게를 지탱하고 지면까지 전달하는 별도의 구조가 필요합니다.

바닥이 땅에 놓여 있을 때는 지면 자체가 바닥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바닥을 공중에 띄우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바닥의 무게와 그 위에 놓이는 물건, 사람의 하중을 받아 기둥과 다른 구조부재를 통해 지면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즉 바닥은 더 이상 단순히 밟는 표면이 아니라 건물 구조의 한 부분이 됩니다.

그 대신 지면과 바닥 사이에 공간이 생기면서 바닥이 흙과 직접 맞닿지 않는다는 장점도 생깁니다.

다만 이것이 습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바닥 아래 통풍이 부족하거나 빗물이 계속 고이고, 목재 구조가 습기에 반복 노출된다면 높인 바닥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바닥을 띄우는 것은 문제를 없애는 기술이라기보다 땅과 건물 사이의 관계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는 구조적 선택입니다.

5. 고상식 건물은 모두 사람이 사는 집이었을까?

여기서는 한 가지 중요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기둥 위에 바닥을 높인 건물이 발견됐다고 해서 그 건물이 반드시 사람이 살던 집이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확인되는 고상식 건축 자료 가운데는 곡물이나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 성격의 건물이 분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실제로 고상식 건물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형토기와 고구려 벽화 속 건축물도 창고 기능으로 해석되는 자료가 있습니다.

따라서 “움집에서 지상식 주거가 생기고, 그 다음 고상식 주거로 발전했다”는 식의 계보를 한반도 건축사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고상식 구조는 주거뿐 아니라 저장이라는 용도에서 특히 유용했을 수 있고,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됐다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6. 오늘의 집짓기에서 땅과 바닥을 보는 법

현대 주택을 짓기 전에 대지의 높이와 배수 방향을 확인하는 모습
현대의 집도 대지와 바닥 사이에서 물과 습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땅과 생활공간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는 주택 설계의 중요한 문제입니다.

다만 현대의 집은 움집이나 고상식 건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재료와 설비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집을 높이면 습기가 없다”거나 “기초 방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건축주는 설계 단계에서 대지의 높이와 물길, 도로에서 건물로 접근하는 높이, 1층 바닥 높이, 기초와 지면이 만나는 부분, 외부 배수 방향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하나 지면과 맞닿는 공간이 있다면 방수와 배수, 단열과 방습, 필요한 환기계획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결국 과거의 주거에서 오늘의 집짓기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은 특정 구조형식을 그대로 따라 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땅의 조건을 먼저 읽고, 그 땅과 생활공간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거나 분리할지를 판단하는 태도 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Q&A)

Q: 움집 이후에는 지상식 주거로 완전히 바뀌었나요?
A: 아닙니다. 한반도에서는 움집이 신석기시대 이후에도 오랫동안 살림집으로 이용됐습니다. 시대와 지역, 생활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주거방식이 공존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Q: 고상식 건물은 주로 사람이 살던 집인가요?
A: 고상주거가 존재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우리나라의 고고학·건축자료 중에는 고상식 창고로 해석되는 사례가 분명합니다. 따라서 고상식 구조물을 모두 주거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Q: 현대 주택에서 바닥을 높이면 습기 문제가 해결되나요?
A: 높이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지면의 배수와 방습, 바닥·기초의 단열과 방수, 구조 방식에 따른 환기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참고 자료

ThinkBuilder의 한 줄 정리

"집의 역사는 바닥이 점점 높아진 과정이 아니라, 각 시대의 사람이 땅과 물, 습기와 생활공간의 관계를 서로 다른 구조로 풀어온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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