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과 바위그늘, 자연이 준 첫 번째 집|이야기 건축사 1편
이야기 건축사의 핵심 흐름
인류에게 집은 처음부터 벽을 쌓고 지붕을 만드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오랜 선사시대 동안 사람들은 동굴과 바위그늘처럼 자연이 이미 만들어 놓은 공간을 찾아 이용했습니다.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고, 주변을 관찰하며 생활할 수 있으며, 불을 사용하고 도구를 만들 수 있는 장소라면 그곳은 충분히 머물 가치가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이 시기를 오늘날의 의미에서 곧바로 '건축의 시작'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연환경 속에서 머물기에 유리한 공간을 선택하고, 그 공간을 생활에 맞게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거 공간의 긴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1. 자연의 공간을 주거로 이용하기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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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굴과 바위그늘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피난처이자 생활 공간으로 이용됐습니다. |
인류와 그 조상들이 동굴을 이용한 역사는 매우 오래됐습니다. 유럽의 베제르 계곡처럼 수십만 년에 걸친 선사시대의 인간 활동 흔적이 남아 있는 지역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선사 인류가 동굴에서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동굴은 고고학적 흔적이 비교적 잘 남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 눈에 더 많이 보이는 측면도 있습니다. 야외 거주지와 임시 캠프, 나뭇가지나 가죽을 이용한 구조물도 함께 사용됐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동굴과 바위그늘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었습니다. 머리 위를 덮는 암반이 비와 바람을 막아주고, 지형에 따라서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받을 수 있었습니다.
즉 이 시기의 중요한 변화는 사람이 집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냈다는 데 있기보다 자연 속에서 생활에 유리한 공간을 찾고, 그 안에서 머무는 방식을 발전시켰다는 점에 있습니다.
2. 동굴과 바위그늘이 가진 공간적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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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꺼운 암반과 깊은 공간은 외부의 급격한 기후 변화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
동굴 내부 환경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외부 기온이 급격하게 변해도 깊은 내부의 온도 변화는 상대적으로 완만하다는 점입니다.
두꺼운 암반은 많은 열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 건축에서 말하는 '열질량'의 개념으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자연 동굴을 현대의 패시브하우스와 동일한 건축 시스템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또 동굴 입구나 바위그늘에서는 불을 사용한 흔적이 여러 선사 유적에서 확인됩니다. 불은 난방뿐 아니라 조리와 조명, 야생동물 대응, 사람들이 모이는 생활의 중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화덕의 연기가 현대 건축의 '에어커튼'처럼 작동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합니다. 오히려 불을 피운 공간에서는 연기를 어떻게 배출하고 사람이 어디에 머물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였을 것입니다.
바위그늘은 깊은 동굴보다 개방적입니다. 따라서 햇빛과 바람, 주변 지형을 이용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장소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이미 주거의 중요한 원리를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좋은 공간은 벽이 많아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후와 지형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3.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동굴 거주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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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와 유럽, 한반도 등 여러 지역의 동굴에서 오랜 인간 활동 흔적이 발견됩니다. |
동굴과 바위그늘을 이용한 흔적은 한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이 아닙니다.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등 여러 지역에서 선사시대 인간의 활동 흔적이 확인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블롬보스 동굴에서는 약 10만 년 전의 안료 처리 흔적과 약 7만3천 년 전의 의도적으로 그어진 붉은 선무늬 등이 발견됐습니다. 이 유적은 초기 현생인류의 기술과 상징 행동을 연구하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프랑스의 베제르 계곡에는 수많은 구석기 유적과 장식 동굴이 밀집해 있습니다. 특히 라스코 동굴의 벽화는 구석기시대 미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반도에서도 동굴을 이용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충북 단양의 금굴 유적에서는 구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까지 여러 시기의 문화층과 유물이 확인됐습니다.
이런 유적들을 하나의 이유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물과 식량을 구하기 쉬운가, 주변 지형을 이용하기 좋은가, 기후를 피할 수 있는가 등 각 장소의 조건과 이용 방식은 서로 달랐을 것입니다.
다만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아무 공간이나 이용한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생활에 적합한 장소를 선택해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입니다.
4. 동굴에 남겨진 표식과 그림, 공간에 의미가 생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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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굴은 생활 흔적뿐 아니라 그림과 표식이 남겨진 장소이기도 합니다. |
선사시대 동굴에서 발견되는 흔적은 화덕과 석기, 동물 뼈 같은 생활의 흔적만이 아닙니다.
유럽의 여러 동굴에는 동물을 그린 그림과 기호, 손자국 등이 남아 있고, 아프리카의 유적에서는 이보다 훨씬 앞선 시기의 기하학적 표식과 안료 사용 흔적도 발견됐습니다.
이것들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했는지는 오늘날 하나의 설명으로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의례와 기억, 집단의 상징, 정보 전달 등 여러 해석이 제시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동굴벽화를 현대적인 의미의 '최초의 인테리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입니다.
하지만 건축의 시선으로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변화는 분명합니다. 사람에게 공간은 더 이상 비와 추위를 피하는 물리적인 장소에만 머물지 않고, 흔적과 이미지를 남기며 의미를 부여하는 장소로도 이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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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과 표식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공간을 단순한 피난처 이상으로 이용했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
5. 자주 묻는 질문(Q&A)
Q: 동굴은 항상 사람이 생활하는 주거공간이었나요?
A: 아닙니다.
동굴마다 이용 방식이 달랐고,
같은 동굴도 시대에 따라 생활과 작업,
매장이나 상징적 활동 등 서로 다른 목적으로 사용됐을 수 있습니다.
동굴 깊은 곳에서 그림이 발견됐다고 해서
모든 동굴에서 입구는 생활공간,
안쪽은 의례공간으로 일정하게 나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Q: 인류가 약 7만 년 전부터 공간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볼 수 있나요?
A: 블롬보스 동굴에서는 약 7만3천 년 전의 의도적인 선무늬와
그보다 오래된 안료 이용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이는 초기 현생인류의 상징적 행동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다만 이것을 곧바로 '건축적 사고의 시작 시점'이라고 특정하기보다는
사람들이 물질과 장소에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이 매우 오래됐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이해하는 편이 좋습니다.
Q: 동굴과 바위그늘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일반적으로 동굴은 암반 안쪽으로 깊게 형성된 공간이고,
바위그늘은 절벽이나 암벽의 돌출부 아래에 만들어진 비교적 열린 공간을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 유적의 형태와 이용 방식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동굴은 폐쇄형,
바위그늘은 방어형이라고 단순하게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6. 참고 자료
- 유네스코 세계유산: 베제르 계곡의 선사 유적과 장식 동굴
- 유네스코 세계유산: 알타미라 동굴과 스페인 북부 구석기 동굴미술
- Nature: 블롬보스 동굴 약 7만3천 년 전 선무늬 연구
- Science 연구자료: 블롬보스 동굴 약 10만 년 전 안료 처리 흔적
- 단양군: 금굴 구석기 유적 안내
7. ThinkBuilder의 건축 시선
동굴은 사람이 처음부터 설계해 만든 건축물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연이 만든 공간 가운데 머물기에 유리한 곳을 선택하고, 불을 피우고 도구를 만들며, 마침내 그 벽에 흔적까지 남겼다는 사실은 주거의 본질을 생각하게 합니다.
집의 역사는 벽을 세우는 순간보다 더 오래됐을지도 모릅니다. 비와 바람을 피할 곳을 찾고, 그곳을 자신의 생활에 맞춰 사용하며, 공간에 기억과 의미를 쌓아가기 시작한 순간부터 인간과 공간의 긴 관계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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